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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을 보다

나는 그대의 가로등이 되고 싶어 그대가 걷는 길 위에 서서 가끔 그대가 바라보는 것 만으로 그저 좋을 풍경이고 싶어 비 내리는 날엔 나무 가지 사이로 뿌연 빛 뿌려주고 눈 내리는 날엔 하얀 눈송이를 비추어 그대 깊은 상처를 덮어 주리라 그대가 나의 바람이 되어준다면 일렁이는 나의 맘을 실어 우리 머무는 끝없는 이 시간 속을 떠도는 재로 남게 하오 비 내리는 날엔 나무 가지 사이로 뿌연 빛 뿌려주고 눈 내리는 날엔 하얀 눈송이를 비추어 그대 깊은 상처를 덮어 주리라

하루소감 2023.12.31

자연의 일부로서 나

밤에 자려고 누워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배가 부풀어올랐다가 홀쭉해지고 허파에 공기가 들어왔다 나가는 게 느껴지고 코 안으로 바람이 오간다 마치 숲 속 나무들이 흔들리듯 산 속에 시냇물이 흐르고 소나무 향이 한 가득 맑게 숨 쉬고 있는 자연의 풍경이 내 안에도 있음을 그 자연이 나로부터도 나온다는 것을 나도 그 자연이라는 것을 며칠 전 잠들면서 깨닫고 무한하게 평온해졌어

사상 2023.12.22

상처

상처를 받으면 마음이 시렵다 불쑥 분노가 되고 갑자기 서러움이 터진다 칼을 푸슉 맞은 듯 심장이 쿵 떨어진 순간에 고통이 가만히 몸 전체로 퍼져나가도록 숨을 들이마시고 차오르는 눈물은 그대로 흘러내리게 내버려둔다 계속 쓰라리면 가슴을 부여잡고 조금은 엉엉 울어도 된다. 상처는 마치 영하 16도의 날씨의 드라이아이스 얼음가시라서 갑작스럽게 심장에 박혀버리면 얼어붙을 정도로 마음온도가 밑바닥으로 처박힌다 물론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따뜻해지겠지만 미처 온도가 다시 높아지기도 전에 계속 계속 얼음가시가 박혀버리면 마음의 온도는 점점 더 내려갈 수밖에 따스함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벌판같은 마음, 좁은 울타리에 갇힌다. 퍼뜨린 차가움이 따뜻해질 때까지 누워서 기다린다 졸리면 자도 되고 그..

사상 2023.12.17

오늘 떠오른 시와 노래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

하루소감 202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