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을 보는 게 좋아서 세 번(1월 10일, 11일, 12일)이나 갔다.
1. 첫 번째 콜로세움
처음에 콜로세움을 본 건 밤 늦게 투어 버스타고 지나갔을 때였는데 그 때만 해도 어..잠실 주경기장 한 천년 넘으면 이런 느낌일까? 유명한 무언가를 드디어 본다는 설렘과 규모가 거대한 것 이외의 큰 감흥이 없었다. 그냥 버스타고 한 반 정도만 돌고 스쳐지나가면서도 그냥 신기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것도 있으니 박물관도 갈 겸 낮에 여유있게 다시 또 와야지, 다짐하고.
2. 두 번째 콜로세움
오후 늦게쯤 집에서 나와서 젤라또 물고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가기 전에 버스킹이 썩 훌륭해서 한참을 길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길을 건넜는데.. 해질녁 포로 로마노가 너무 아름다웠다. 버스킹 음악은 완벽했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제서야, 걸으면 유적들이 그냥 발에 채인다는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음이 왔다. 나는 천년도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서 온갖 희노애락을 다 나눈 곳들의 한복판에 있었다. 보이는 건 폐허이지만 그 폐허를 소중하게 유지해온 사람들의 손길이 쌓이고 쌓인 기둥 하나, 바닥 파일 하나, 벽체 하나 하나가 내 눈 앞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 때도 지금처럼, 마치 아무 것도 변한 것도 없다는 듯이 노을이 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토록 눈부시게, 주홍의 오로라로 물든 구름이 하루를 위로하듯이. 수 천년, 수 백년, 수 십년, 그리고 몇 년 전 아니 어제까지도 누군가는 여기서 이 풍경과 함께 해가 지는 걸 바라봤을 것이다. 운좋게도 바로 옆에서 연주하는 기가 막힌 실력의 버스킹 덕분에 마치 내가 배경 음악 속에 영화 주인공이라도 된 양.. 모든 게 벅차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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