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행의 기록

세 번을 갔던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나 1

박새솜 2022. 1. 17. 01:31

 

 

콜로세움을 보는 게 좋아서 세 번(1월 10일, 11일, 12일)이나 갔다.

1. 첫 번째 콜로세움

처음에 콜로세움을 본 건 밤 늦게 투어 버스타고 지나갔을 때였는데 그 때만 해도 어..잠실 주경기장 한 천년 넘으면 이런 느낌일까? 유명한 무언가를 드디어 본다는 설렘과 규모가 거대한 것 이외의 큰 감흥이 없었다. 그냥 버스타고 한 반 정도만 돌고 스쳐지나가면서도 그냥 신기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것도 있으니 박물관도 갈 겸 낮에 여유있게 다시 또 와야지, 다짐하고. 

2. 두 번째 콜로세움

오후 늦게쯤 집에서 나와서 젤라또 물고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가기 전에 버스킹이 썩 훌륭해서 한참을 길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길을 건넜는데.. 해질녁 포로 로마노가 너무 아름다웠다. 버스킹 음악은 완벽했고 동영상을 찍었다.

https://youtu.be/6CWVIKAyTew

빨간 ★이 촬영 위치

그제서야, 걸으면 유적들이 그냥 발에 채인다는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음이 왔다. 나는 천년도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서 온갖 희노애락을 다 나눈 곳들의 한복판에 있었다. 보이는 건 폐허이지만 그 폐허를 소중하게 유지해온 사람들의 손길이 쌓이고 쌓인 기둥 하나, 바닥 파일 하나, 벽체 하나 하나가 내 눈 앞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 때도 지금처럼, 마치 아무 것도 변한 것도 없다는 듯이 노을이 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토록 눈부시게, 주홍의 오로라로 물든 구름이 하루를 위로하듯이. 수 천년, 수 백년, 수 십년, 그리고 몇 년 전 아니 어제까지도 누군가는 여기서 이 풍경과 함께 해가 지는 걸 바라봤을 것이다. 운좋게도 바로 옆에서 연주하는 기가 막힌 실력의 버스킹 덕분에 마치 내가 배경 음악 속에 영화 주인공이라도 된 양.. 모든 게 벅차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