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통독

230107 종로서적

박새솜 2023. 1. 8. 00:33

저녁즈음 서점에 가고싶었다. 책을 읽다가 검색해도 안 나오는 시가 있었는데
전문을 다 읽고 싶었고 추천받은 책들도 있고 해서.. 8시가 넘어서 집을 나왔다.
버스 타고 카톡을 보다가 내가 모임장인데 모임은 하고 싶지 않은 모임을 어떻게 해결할지ㅠ
고민하는 와중에 광화문을 지나쳐버려서ㅠㅠ종로2가에 내려서 종각역으로 내려갔다.
역 안에서 영풍보다 종로서적(나에겐 여전히 반디앤루니스 ㅋㅋ)이 가까워서 슝 들어갔다.

9시가 넘어서 도착해서 그닥 많은 책을 보진 못했지만
베스트셀러에 눈에 띄는 몇 권을 훑어보고 윤병무 시집(생활,이라는 시의 원문)을 찾다가 못 찾아서
나태주 시인이 선정한 시집의 시를 몇 개 보고, 아 60대 오히려 괜찮아? 책 제목이 흥미로워서
한 파트 읽으니까 주변에 나 밖에 없고 점원이 카운터 정리하길래 슝슝 나와서 집에 왔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서점 앞 정원은 정말 잘 만들었다..



베스트셀러에서 처음 집어든 책은 김난도의 2023 트렌드였는데
이 사람의 이런 매해 트렌드 책은 딱 연초마다 목차만 읽어본다.
그리고 내 사고방식이 트렌드와 얼마나 비슷한지 한 번 돌이켜보곤 하는데
이해되지 않는 트렌드는 없는 게 아직은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책을 이해하기 쉽게 쓰긴 쓰는구나 싶다.
물론 나는 청춘을 아프게 하는 현실을 차라리 무소처럼 부딪혀보고 싶어 하는 쪽이지
아프니까 청춘이란 소리는 여전히 코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나의 짧은 소견과 경험이긴 하지만 진짜로 정말 슬픈 일은, 청춘에 아팠던 사람들은
나이들면 더 아프거나 나이 들기도 전에 죽는다.. 나이들 자유도 없어..
쨌든 책은 한 열댓개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었는데
평균이나 기준이 다 파괴되는 평균 실종의 시대, 디지털 기기가 일상인 알파 세대의 등장 두 개가 기억에 남는다.
다시 보니까 래빗점프로 라임 맞춰서 적었다 오..ㅋㅋ

개념만 이해해도 흥미롭긴했다. 체리슈머는 혜택만 골라먹는 체리피커에서 업그레이드된
알뜰 소비자인데 최근 이케아 갔다가 시즌 할인 최저가 가성비 가구들만 리스트업해서
그 중에서도 필요한 것만 골라서 샀던 게 떠올랐는데 ㅡ 다섯시간 걸림 ㅠ
그 시간을 절약해주는 서비스가 더 필요하지 않나..싶은 생각도 들었다.
관계가 카테고리별로 묶인다는 인덱스 관계는 카톡 친구목록을 못 정리해서
이도저도 아닌 관계를 생각하면 머리아파지는 지점을 잘 설명했단 생각이 들었고
공간력에서는 방정리와 요 몇 년 간 새로운 체험을 제시한 전시들 - 빛의 벙커, 어둠 속의 세상, 하이메 아욘 등 - 이 떠올랐다.
아이폰처럼 사람들의 필요를 만들라는 뉴디멘드 전략, 한 분야를 파고 들면서 소셜력도 강화한 덕후들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디깅모멘텀, 피터팬으로 살고 싶어하는 네버랜드 신드롬같은 건 그닥 새로운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진 않았는데 쓰면서 다시 보니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개념들인 것 같다.
오피스 빅뱅, 선제적 대응기술은 기억이 잘 안남..

두 번째로 집어든 책은..역행자? 라는 자기계발서였는데 사실 이 책이 오늘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 계기가 됐다. 책을 넘겨보다가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마주 보는 두 페이지를
강력하게 굵고 큰 글씨체로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설명한 부분이었다.
이것저것 다 읽어봤는데 그냥 8시간 수면하라고.. 좋은 아이디어가 그냥 툭툭 튀어나오는 게
머리 싸맨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밥 먹다가 화장실 가다가 아무 생각없을 때 나오는데(이 부분 정말 공감했다)
참 잘 자고 푹 자고 휴식을 잘 해둬서 그런 거라고..와 정말 폭풍동의했다, 진짜.
요 몇 년을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5-6시간 자는 게 기본이었는데
어쩌면 이 잠잘 시간을 실행하기 위한 직업을 찾아야 되는 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이 들 만큼.
목차에서 뇌를 사용하는 방법이 재밌어보여서 읽다가 다 필요없으니 딱 두 가지만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하루 2시간 책읽고 글쓰기 하기, 운동을 일주일에 20분만 꾸준히 근육에 자극-영양 보충-휴식 싸이클만 지키라는 거였다. 그 외에도 어떻게 둬도 이길 수밖에 없도록 하라는 오목전략? (이건 말만 좀 쉬운 느낌)이 있었고
새로운 음식과 안 가본 길과 전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과
(노벨상 받은 과학자들이 평균보다 뛰어난 과학 능력이 있었다기보다는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깊었고 통섭하는 사고력이 있던 거다..
이런 일화를 들어서)
멍때리기의 중요성, 책 읽는 사람은 미래가 달라진다는 내용 등등을 얘기했다.
새로운 걸 해보는 건 평소에도 잘 하고 있는데 그걸 얘기하니 진짜 그냥 뇌에 꽂힌다...푸핳ㅎㅎ
마지막 즈음에 1분만에 인생을 변화시켜 주겠다고 세 가지를 제시했다.
1.블로그 쓰기 2.유튜브 아무거나 올리기를 각각 20분 타이머로 놓고 하되 둘 다 안할거면
3. 평소 안하던 일(독서 20분)하기 였는데. 왜 내가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쓰냐면 이걸 실천해보기 위해서였다.
읽은 내용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토요일의 여유가 이렇게나 소중하게 여겨지다니..
그간 토욜 근무를 했던 건 토요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기 위함이었나 싶은 정도였다.
암튼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핸드폰보다가 지난 번 카이막 먹으려고 꿀 뿌리는 영상 올렸고

https://youtu.be/RUVx0SjQ-m4

와..영상에 글씨 넣는 기능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집에 오자마자 이렇게 블로그를.. 20분 타이머는 애초에 지났고 벌써 한시간 째 쓰고 있다..ㅋㅋㅋ
이런 시도가 정말 좋은 게 사실 오전부터도 글 쓰고 싶은 주제가 몇 가지 떠올랐는데
대충 메모만 해두고 다 넘어갔다. 매일매일 그런 메모들을 글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 번째로 원래 찾으려던 윤병무 시집을 찾으려는데 두 권 중
하나는 절판이고 다른 한 권만 있었다..종로서적 책 너무 없어 진짜 ㅠ
집에서 은유의 싸울수록 투명해진다,를 읽다가 윤병무 시인의 '생활'이란 시의 일부만 나왔는데
그거 전문이 읽고 싶어서 서점에 나선 이유도 있건만..ㅠ 그나마 있는 시집은 B13-1에 있다고 나오는데
평대는 B13밖에 없어서 출판사라도 같은 창비 시집을 다 찾아도 윤병무는 없었다..
허망해라..
그래서 평대에 있는 나태주의 시집...을 그냥 펼쳐서 몇몇 시를 읽었는데 아니 지금 다시 찾아보니까 없어;;
그래도 살아간다? 이런 느낌 제목의 책이었는데 모르겠다. 나태주 시인의 그런 이름의 책은 없었다;
쨌든 시인의 시가 아니라 시인이 뽑은 시 선집이어서 좋은 시를 몇몇 개 만났다.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이제하의 청솔 푸른 그늘에서 두 시가 좋아서 다시 찾아 보려고 기록 했다.

집에 와서 찾아보고 필사했다



마지막으로 '60대 오히려 좋아' 라는 책이 너무 흥겨워(!)보여서 ㅋㅋㅋ 집어들었다.
목차를 보고 결혼중개앱 설치해서 만난 사람들 얘기 부분 읽었는데 현웃터짐 ㅋㅋㅋㅋ
내 나이에 가장 가까운 건 40대인데 왜 60대 책이 재밌냐며 ㅋㅋㅋㅋㅋㅋ
오히려 멀리 보게 되는 관점이라고 믿고 싶다 ㅎㅎ 20여년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지만
나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올 나이이고 60대가 이렇구나, 하고 알아두면 나의 40대, 50대에
아니, 나이 드는 일 자체에 두려움이 줄어들거란 생각.
안 좋아졌다는 확실하진 않더라도 분명 20대와는 다른,
나 스스로 느끼는 신체 장기의 컨디션 변화가 종종 겁이 날 때가 있다.
나이를 대놓고 써붙인 책들은 그런 두려움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완화해주기도 한다.
다음 번에 시간되면 전체 다 읽어봐야지.

집에 오는 길에 무엇보다 좋았던 건 마음에 얹힌 많은 일들이 많이 가라앉았고
편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ㅎㅎ 오래 미루던 일들을 몇몇개 해내기도 했고..

내일도 두 시간 읽기든 쓰기든 모두 시전해야지..ㅎㅎ
좋은 책을 만나서 뿌듯한 하루였다. 다음에는 일찍 가서 하루 종일 읽어야지~

'서점통독'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0304 홍익문고  (1) 2023.03.05
150823 반디앤루니스 센트럴시티점  (0) 201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