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할머니

박새솜 2022. 8. 17. 21:06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갑자기

머리를 감싸쥐고 절규와 비명을 지르면서

그냥 바닥에 엎드러져서는

울고 울고 또 울어버리려는 기분을 간신히 참는다.

 

알면서도 믿기지 않고

믿기지 않으니까 진짜로 진심으로 

그냥 살아계신다고 여겨버린다.

어딘가 살아서 잘 지내고 계신 것처럼

한동안 그냥 못뵈었고 전화를 못했을 뿐이라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 할머니를 얘기하고

그 날 이후의 기억을 완전히 없애버리곤 해

 

살아남기 위해서,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 

당장 부딪혀서 해결해야할 수많은 다른 고통들이

쓸려오고 쓰라리니까 마치 슬픔마저 아끼고 아껴서

고이 저장해놨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열어제껴지는

지금, 요즘의 나는 어쩌면 여유로운가?

 

그러니까 할머니를 슬퍼할 수 있어서 다행인거야

그게 지금 나에게 가장 정상적인 상태같아

그 마저도 못한 날들은 더 이상했던거야

 

할머니가 있었을 때는 슬퍼하지않고

할머니의 목소리를 얼굴을 손을 잡을 수 있었는데..

그냥 그게 좀 다르다..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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