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8

자연의 일부로서 나

밤에 자려고 누워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배가 부풀어올랐다가 홀쭉해지고 허파에 공기가 들어왔다 나가는 게 느껴지고 코 안으로 바람이 오간다 마치 숲 속 나무들이 흔들리듯 산 속에 시냇물이 흐르고 소나무 향이 한 가득 맑게 숨 쉬고 있는 자연의 풍경이 내 안에도 있음을 그 자연이 나로부터도 나온다는 것을 나도 그 자연이라는 것을 며칠 전 잠들면서 깨닫고 무한하게 평온해졌어

사상 2023.12.22

상처

상처를 받으면 마음이 시렵다 불쑥 분노가 되고 갑자기 서러움이 터진다 칼을 푸슉 맞은 듯 심장이 쿵 떨어진 순간에 고통이 가만히 몸 전체로 퍼져나가도록 숨을 들이마시고 차오르는 눈물은 그대로 흘러내리게 내버려둔다 계속 쓰라리면 가슴을 부여잡고 조금은 엉엉 울어도 된다. 상처는 마치 영하 16도의 날씨의 드라이아이스 얼음가시라서 갑작스럽게 심장에 박혀버리면 얼어붙을 정도로 마음온도가 밑바닥으로 처박힌다 물론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따뜻해지겠지만 미처 온도가 다시 높아지기도 전에 계속 계속 얼음가시가 박혀버리면 마음의 온도는 점점 더 내려갈 수밖에 따스함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벌판같은 마음, 좁은 울타리에 갇힌다. 퍼뜨린 차가움이 따뜻해질 때까지 누워서 기다린다 졸리면 자도 되고 그..

사상 2023.12.17

레 미제라블의 여성들

레미제라블에는 정말 다양한 여성 인물들이 나온다. 판틴, 코제트, 테나르디에 부인 그리고 에포닌. 작품의 대서사시를 이루는 각각 인물들이라 자세한 사연이 나오지는 않지만 한 발만 더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깝깝해질 정도로 슬프다. 꿈이 많았던 판틴이 아이를 임신하고 사랑은 떠나가고 그렇게 장발장의 공장에서 일하게 되기까지 그 사이에 젖먹이를 데리고 집에서 쫓겨나 집 구하랴 일 구하랴 피눈물나는 생존 분투기가 없었을 리가 없다. 코제트는 또 어떤가.. 아무리 때 묻지않은 소녀로 다행히 장발장에게 입양되었다고 해도 아동노동과 학대로 가득찬 어린 시절을 경험했다. 예전에 읽은 에세이에서, 입양된 아이들 중 일부는 처음 새로운 집에 입양을 가면 식사자리마다 음식이 없을 것을 대비해 음식을 양껏 먹지도 못하고 숨기..

사상 2023.02.26

슬프고싶지 않아

마음 - 아이유 툭 웃음이 터지면, 그건 너 쿵 내려앉으면은, 그건 너 축 머금고 있다면, 그건 너 둥 울림이 생긴다면, 그건 너 그대를 보며, 나는 더운 숨을 쉬어요 아픈 기분이 드는 건 그 때문이겠죠 나를 알아주지 않으셔도 돼요 찾아오지 않으셔도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눈을 떼지 못 해, 하루종일 눈이 시려요 슬픈 기분이 드는 건 그 때문이겠죠 제게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달래주지 않으셔도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세상 모든 게 죽고 새로 태어나 다시 늙어갈 때에도 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이 노래 유튜브 댓글에는, 사랑이란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고 사랑을 노래하는 곡이..

사상 2023.02.25

자본주의의 폐해1

어떤 사람들은 양심이 찔리는 만큼 상대방을 괴롭히는 건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처절하게 비굴하고 야비하고 저급했나를 생각하면 그들 입장에서 나는 뭐가 그리 잘나서 똑같이 되지 않겠다고 버텼는지 돌이켜보면 아무리 노동의 기회가 중요해도 사람의 존엄보다 귀하진 않다는 것, 그냥 그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결국은 일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사회이니까 나 역시도 처지는 다를 바가 없고 결국 일주일도 못 쉬고 결국 집 밖에 나서고 있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해왔고 앞으로도 할거지만 그 돈을 쥐어주는 일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돈에도 일에도 그게 내 전부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친다고 치는데 어쩌면 무척 쓸데없고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뭐라도 할 수 있고 고..

사상 2023.01.09

할머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갑자기 머리를 감싸쥐고 절규와 비명을 지르면서 그냥 바닥에 엎드러져서는 울고 울고 또 울어버리려는 기분을 간신히 참는다. 알면서도 믿기지 않고 믿기지 않으니까 진짜로 진심으로 그냥 살아계신다고 여겨버린다. 어딘가 살아서 잘 지내고 계신 것처럼 한동안 그냥 못뵈었고 전화를 못했을 뿐이라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 할머니를 얘기하고 그 날 이후의 기억을 완전히 없애버리곤 해 살아남기 위해서,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 당장 부딪혀서 해결해야할 수많은 다른 고통들이 쓸려오고 쓰라리니까 마치 슬픔마저 아끼고 아껴서 고이 저장해놨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열어제껴지는 지금, 요즘의 나는 어쩌면 여유로운가? 그러니까 할머니를 슬퍼할 수 있어서 다행인거야 그게 지금 나에게 가장 정상적인 상태같..

사상 2022.08.17